한 시의원이 긴 탄식을 하며 푸념을 늘어 놓았다. 내가 왜 시의원이 됐는지 모르겠단다. 늘어지는 한 숨은 그의 얼굴을 어둡게 만들었다.

초점을 잃어버린 듯한 눈은 어디를 보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다. 이야기를 하면서 손은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다. 어디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면서 내뱉는 말은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다 자신의 불찰이기 때문이라고 단정을 지었다.

자신의 처지가 끝없이 곤두박질 쳤는데도 누구를 탓하고 싶지 않단다. 당한만큼 돌려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지만 똑같이 더러운 인간이라는 말을 듣는게 더 무섭다고 한다. 그는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가,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라며 자조적인 웃음을 보였다.

뜬금없이 그는 어느날인가 웃으면서 말을 나눴는데 그것이 해가 되어 돌아오더란다. 웃으면서 말을 한 것으로 욕을 먹는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왜 웃으면서 말하고 남을 해코지 하는지 알 수가 없단다. 그러면서 속은 부글부글 끓어 오르지만 그래도 참을수 밖에 없단다.

이 시의원은 "상종을 말자, 절대로 말을 섞지도 말자. 그냥 얼굴만 보고 지내자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행이다. 그래도 이렇게 나마 얘기를 하니 조금은 속이 풀린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믿고 싶어도 믿을 수 없다. 설마하거나 혹시 했더니 염장을 질러버린다. 이번에는 아니겠지 했는데 역시나 그랬다고 한다. 이 말을 전한 시의원은 속이 새까맣게 탔단다.

이정민 기자  com4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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