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 소속공공기관 및 단체에는 한국토지공사(이하 토공)와 대한주택공사(이하 주공)가 포함돼 있다. 두 기관은 설립목적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어 기능과 역할이 다르다. 그러나 현 정부는 기능과 역할이 다른 이 두 기관을 통폐합하는 것을 기정 사실화하는 내용을 지난달 발표했다.

▲ 한국토지공사 고봉환 노조위원장

토공의 고봉환 노조위원장은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발표를 한 현 정부의 태도가 매우 의심스럽다"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때도 통폐합 논의가 있었지만 기능과 역할이 다른 두 기관의 통폐합은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한국토지공사는 1975년 토지를 취득·관리·개발 및 공급하게 함으로써 토지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촉진하고 국토의 종합적인 이용·개발을 도모하여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설립목적으로 출발했다.

대한주택공사는 국민생활의 안정과 공공복리의 증진, 도시의조성·정비등 도시계획사업, 주택 건설·공급 및 관리, 불량주택 개량을 설립목적으로 1962년 설립됐다.

설립목적이 다른 두 기관의 통폐합에 대해 한때 주공의 임대부분을 토공이 흡수하는 방안이 있었지만 주공의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나면서 취소됐다.

고봉환 노조위원장은 "당시 통합을 추진하다 눈덩이처럼 드러나는 주공의 부실 결과에 토공과 주공의 설립목적에 따라 각자의 길을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토공과 주공의 통폐합은 거대 공기업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공기업이 비대해질 경우 기능발휘가 감소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비대해진만큼 순기능이 아닌 역기능으로 부실이 많았다는 것은 지난 역대 정부에서도 드러난바 있다.

현재 토공의 직원수는 2800명, 주공은 4천 명 정도다. 주공이 토공보다 1천 명이 넘는 직원수를 보유하고 있다. 주공이 주장하는 비슷한 기능이 있다는 부분을 감안했을때 주공은 탄력적인 운영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주공은 정부의 서민주택건설에 발맞춰 임대주택사업을 벌였지만 현실성과 접근성이 중요한 입지여건을 무시하고 사업을 추진해 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이것은 미분양이라는 사태를 빚었다. 또한 정부의 지원도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주공은 사면초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고봉환 노조위원장은 "토공과 주공이 통폐합 될 경우 앞으로 10년 동안 부채탕감을 해야 한다. 이는 결국 국민에게 세금으로 돌아가게 된다"며 "주공이 주장하는 중복된 기능은 통합을 하기 위해 겉으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난 정부에서 두 기관의 통합에 대해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이유없이 통합을 추진하려는 현 정부의 저의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주공은 기업경쟁력 상실, 공적기능 약화, 사업기능 변화실패 등에 따른 지탄의 소리도 듣고 있다. 또한 토공의 사업을 모방하거나 따라하기식 사업을 하고 있다. 다음은 토공이 제공한 자료다.

지역종합개발사업을 토공은 1999년에 준비를 거쳐 '02년 시범사업 시행'을 진행했다. 주공은 '04년 지역협력방식'이라는 명칭으로 토공과 동일조직을 구성해 토공이 기 시행중인 포천시에 20억원의 용역비를 제공하면서 이중으로 지역종합개발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04년 감사원 주공 감사 지적사항'이 됐다.

또한 국토정보화 사업을 토공은 '02년 디지털시티(현재 U-city) 플랜 수립 후 시범사업 시행에서 '02년 국토포털, 온나라부동산포털 등 국토정보화 사업 위탁수행을 맡아 '02년 본사 토지정보센터와 '03년 지역본부로 토지정보팀을 설립했다. 이어 주공은 '04년 토공의 디지털시티 계획안 입수 후 U-city 플랜 수립, '05년 도시정보센터에서 도시포털을 추진한다. 조직편제는 토공의 본사 및 지역조직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따라하기식 사업은 기업의 창의성과 경쟁력은 퇴보하고 부실화만 부추기는 결과만 낳게 된다. 즉, 기능을 살리지 못한 경영이 토공과 주공 통합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주공은 드러나지 않은 내부 경영 부실을 감추기 위해 통합을 추진한다는 것이 역력하다. 이에 섣부른 통합은 국민에게 과중한 세금으로 돌아간다는 토공의 고봉환 노조위원장의 말이 설득력을 갖는다.

이정민 기자  com4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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