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상과 모래주머니를 이용해 목감천 범람을 막은 시민의 재치있는 기지가 돋보인다.

범람한 하천의 물은 순식간에 주택단지와 인근 가게로 물밀듯이 밀려드는 가운데 이를 본 한 아무개씨(여, 50)는 무작정 가까운 한양광고기획으로 달려가 "물이 넘쳐요"라고 외쳤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한양광고기획 김영일 사장은 우비를 걸치고 다리 현장으로 가면서 삼양마트에 놓여진 평상을 보고 젊은 친구들에게 평상을 들고 오라 말하고 맛샘 식당집 사장님과 모래주머니를 가지러 갔다고 한다.

당시 상황에 대해 처음 목격한 한 아무개씨는 "광명시에서 표창장을 줘야 합니다. 물이 넘친다는 말을 듣자마자 자신의 일을 제쳐두고 달려가 순간 판단력을 발휘해 침수를 막은 기지는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이 넘치는 상황에서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넘치는 물만 발을 동동구르며 바라볼 뿐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시에 전화를 해서 물이 넘친다고 신고를 하고 모래주머니를 갖다 달라고 했다. 그들이 오는 동안 물은 이미 주택단지를 덮쳤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또 다른 목격자 삼영마트 관계자는 "한양광고 사장님이 아니었다면 이곳은 모두가 물난리를 맞았을 것이다. 순간 판단으로 평상을 세우고 모래주머니를 받치는 기지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한 백반집을 운영하는 장기두(남, 60)씨는 "넘치는 물을 보는 순간 막막했다. 어떠한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하수구를 막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한양광고 사장님이 젊은 사람들과 오면서 모래주머니와 평상을 이용해서 막자는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리고 함께 건재상으로 가 인력거를 이용해 모래주머니를 날라 넘치는 물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한양광고기획 김영일 사장은 "부끄럽고 쑥스럽네요. 인근 주민이 오셔서 물이 넘친다는 말을 듣고 무조건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가면서 평상을 보는 순간 현대 고 정주영 회장이 배로 강을 막고 공사한 것이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모래주머니로 받치면 어느정도 넘치는 물을 막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이웃주민들과 같이 실행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습니다"라고 계면쩍어 했다.

이번 목감천 범람으로 인해 침수 위기를 면한 것은 몇몇 시민들의 재치와 기지로 예방할 수 있었다. 한양광고기획 김영일 사장, 삼양마트 박성근 사장과 두 아들, 맛샘 식당 장기두 사장, 물이 넘친다고 도움을 요청한 한 아무개씨 등은 자신들이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누군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넘치는 물을 보고 바라보면서 막을 방법은 생각하지 않고 시 관계자들에게 신고하고 그들이 막아주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미 범람한 물은 순식간에 주택과 가게를 덮쳐 손도 쓰지 못하는 상황을 맞았을 것이다. 재해가 일어나는 것은 수수방관하지 말고 주민이 먼저 나서서 막아야 한다. 시 관계자들이 올때를 기다리는 것은 이미 늦었다"고.

이정민 기자  com423@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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