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진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이겼다면 그것도 승리라고 할 수 있다.

29일 올림픽공원내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K-1 월드 그랑프리 파이널16' 대회 마지막 경기로 나온 최홍만과 마이티모 경기가 그랬다. 이 경기의 판정에 관중들은 비난과 야유를 퍼부었다. 앞서 치뤄진 10경기의 좋았던 분위기에 찬물을 부었다.

▲ 마이티모의 오른손 훅을 안면에 허용하고 뒤로 물러나는 최홍만

최홍만 선수는 마이티모에게 설욕전을 다짐하며 링 위에 올랐다. 지난 경기에서 KO패를 당한 기억이 있는 최 선수는 소극적인 자세로 마이티모를 상대했다. 마이티모 또한 최홍만의 설욕전을 염두한 듯 진지한 자세로 경기에 임했다.

최홍만은 앞차기로 접근하는 마이티모를 견제 했으나 순식간에 치고 들어오는 그에게 안면을 여러번 강타 당하면서 더욱 의기소침해졌다. 그동안 갈고 닦았던 기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던 최홍만은 주심의 로블로우에 이은 다운 판정에 힘입어 판정승을 거두게 됐다.

올바른 판정을 기대했던 관중들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썰물이 빠지듯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한마디씩 던졌다. "아무리 홈그라운드라지만 너무했다. 시종일관 밀리면서 제대로 된 공격한번 못했는데 이긴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실망감을 안고 떠났다.

최홍만과 마이티모 선수의 대결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관중들의 눈은 거짓말을 못한다. 그들의 눈은 객관적이다. 치우치지도 않았다. 앞서 치뤄졌던 경기에서 관중들은 승자와 패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격려의 환호성을 보냈었다.

그러나 최홍만과 마이티모 선수의 대결 결과에 대해서는 야유와 비난을 보냈을 뿐이다. 이런 관중들의 반응속에 승리를 거둔 최홍만은 "판정에 대해 불만은 없다"고 했다.

그토록 절치부심하며 이기고 싶었던 것이다. 상대의 주먹이 무서워 피하기 급급했던 그의 모습과 움찔움찔하며 자신없이 뻗어내던 발차기에서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반면 마이티모는 경계하는 최홍만 선수에게 저돌적으로 돌진하면서 휘두르는 펀치는 살인적이었다. 마이티모는 최홍만 선수가 자신의 주먹을 무서워 한다는 것을 알고 위협적인 카운터를 턱에 몇차례 적중시켰다. 이에 놀란 최홍만은 놀란 토끼처럼 피하기 급급했다.

최홍만 선수의 모래위에서 펼치던 살아 있는 눈이 그립다. 29일 열린 경기에서 최홍만의 눈은 먹이를 노리는 야수의 눈이 아니었다. 2005년 K-1 데뷔무대에서 우승, 이후 계속되는 경기에서 자신감 넘치는 파이팅을 보였던 그가 아니기에 관중들의 실망이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정민 기자  com423@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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