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로서 정상을 밟았다.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정상과 밑바닥을 오가는 과정에서 환상이 깨졌다. 그리고 새로운 현실을 봤다. 현실에서 자신은 초라한 한 인간이었다. 한낱 초라하기만 한 자신을 이제야 제대로 느끼고 그 자신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사랑할수록' 한 곡으로 인생의 정상을 맛 본 부활의 김재희. 그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자신의 꿈을 시나브로 이루겠다는 소망을 가슴에 품고 인생의 구도자로 돌아온 것.

그를 만났다. "제 위에 하늘이 있는 줄 몰랐다"고 앉으면서 대뜸 말한다. 무슨 말일까. 오만과 방종으로 가득찬 모습을 쉽게 잊지는 못하게 마련. 지난날 허세를 부렸던 시절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제서야 겸허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단다. 무엇이 그를 변화시켰는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굴레속에 갇혀 있는 그를 깨우침으로 이끈 것은 주님이였다. 그의 부름을 받았다는 것이다.

부름을 받고 부름에 응답하고 부름을 실천하는 가운데 자신의 끝없는 건방진 모습을 알게됐다. 철없음을 후회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김재희는 '사랑할수록'으로 얻은 인기를 잊고 이제는 주님의 부르심으로 깨우친 CCM 음반 '더 콜링(The Calling)'으로 새롭게 시작을 했다.

▲ 부활 3대 리드보컬 김재희가 CCM 음반 '더 콜링'으로 돌아왔다

음반을 내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김재희라는 이름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단지 부활 멤버로 '사랑할수록'을 불렀다는 것이 그를 아는 전부였다. 이런 그에게 씻어내지 못할 아픔이 있다.

원래 '사랑할수록'은 그의 둘째형이 부르게 돼 있었다. 음반을 준비하던 그의 형 김재기가 교통사고로 세상과 이별하고 부를 수 없게 됐다. 형을 위해 부른 '사랑할수록'은 137만장이라는 음반판매고를 올리며 그해 방송3사 및 각종 방송매체와 일간지가 뽑은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했다. 그후 10년의 세월은 그에게 고난의 연속이었다.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의 흐름속에 김재희는 변해갔다. 세상을 향한 절규를 뼈저리게 느꼈다. 자신이 너무나 초라했다. 새롭게 시작하는 일마다 엎질러졌다. 절망의 연속이었다. 그에게 한 줄기 빛은 점점 멀어져만 갔다. 이게 끝이라는 생각이 자신을 옭아맸다. 그렇게 멀어져만 가던 한 자락 실낱 같은 빛을 본 것은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러 간 한 스튜디오에서다.

▲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이후 김재희는 변했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예수를 연기하면서 그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공연 전 연습기간 두 달여 동안 예수님을 알기위해 성경을 읽었다. 기도를 하면 응답이 왔다. 몸에 짜릿한 전율이 전해졌다.

변화를 느낀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을 하게 됐다. 자신있게 할 수 있는 것은 노래. CCM 음반을 내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CCM 틀을 깨고 싶었다. 기도를 했다. 부름을 받고 그대로 느끼며 가사를 썼다. 그리고 CCM 음반 '더 콜링'으로 돌아왔다.

김재희는 "이번 음반으로 상처받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서서히 적셔주고 싶다. 이것이 내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달랐다. '늘 내려놓게 하소서'는 오만했던 자신이 부끄러워 겸손한 자세를 갖도록 해달라는 의미로 작사를 했다. 반면 무거운 마음을 달래주는 경쾌한 '설레임'을 작사작곡 했다. 이곡에 대해 그는 "청년층과 함께 뮤지컬식 퍼포먼스를 생각하고 있어요.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이 곡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의 이번 음반 '더 콜링'은 대중음악적인 요소와 CCM이 함께 혼합돼 있다. 이것이 그가 가진 특징이다. 그리고 말했다. "대중음악과 CCM을 혼합한 콘서트를 하고 싶다"고.

얼마전 CBS에서 '치유'라는 이름으로 1시간 콘서트를 가졌다. 끝나고 난 뒤 만족스럽지 못했다. 돌아와서 조용히 생각했다. 알 수가 없었다. 기도를 하고 나서야 '네가 욕심을 많이 부렸구나'를 그분이 알려줬다.

요즘 그는 어린애 처럼 응석을 부린다. 그분에게 말이다. 어릿광대 처럼 떼도 쓴다. 철없는 애기가 됐다. 그는 다짐한다. "그분이 주신 재능, 과한 욕심 부리지 않고 그분이 주는 메시지를 노래로 모두 표현하겠다"고.

인터뷰가 끝나고 그에게 물었다. 요즘 가요계의 침체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무엇이냐고. "깊이가 없어졌지요. 요즘은 기교만 있어요. 내용이 있는 감동이 사라졌습니다. 대중을 끌어 안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며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지요. 돌아보는 눈이 필요합니다"고 했다.

이정민 기자  com4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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