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듣던 노래를 연재를 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을 했다. 사실 이번 선곡은 힘들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곡은 '하얀나비'로 고(故) 김정호의 노래다. 33세의 젊은 나이로 노래하던 호흡을 멈췄다. 안타까운 것은 김정호의 세상과 이별은 한국 가요사에 큰 손실이라는 평이 압도적이다.

그의 이름을 알리는 '이름 모를 소녀'를 비롯 '고독한 여자의 미소는 슬퍼', '빗속을 둘이서', '님', '나그네' 등을 남겼다. 그의 곡 가사를 보면 한 편의 시를 읊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밤의 디스크쇼'를 진행하던 이종환씨는 노래하는 시인 김정호라고 불렀다.

그의 곡은 지금도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이름 모를 소녀'는 남성들의 애창곡으로 불렸다. 그의 존재를 알린 이 곡을 다루지 않고 '하얀나비'를 다루는 것은 그의 곡 가운데 경쾌하면서 가사가 너무나도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은
음~ 그리워 말아요 떠나갈 님인데

음~ 어디로 갔을까 길잃은 나그네
음~ 어디로 갈까요 님찾는 하얀나비

*꽃잎은 시들어도 슬퍼하지 말아요
때가되면 다시 필걸 서러워 말아요
음~      음~      음~     음~  *

가사에서 보이듯이 지난간 일들에 대해서 생각을 말라고 한다. 그리고 곧 헤어질 사람을 그리워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이 모든것을 초월한 사람을 나그네로 표현했다. 나그네의 외로움이 깊게 베어나오는 듯 하자 님을 찾는 '하얀나비'로 비유했다.

반복되는 후렴구는 가슴저미는 슬픔이 묻어난다. 시들은 꽃잎을 보고 슬퍼하지 말라면서 계절의 법칙에 따라 다시 핀다는 것을 알리며 서러워 하지 말라는 가사가 순리를 따르고 있다. 그래서 이종환씨가 말한 '노래하는 시인 김정호'라는 말이 어울린다.

기자는 김정호의 '이름 모를 소녀'를 즐겨 들었었다. 어느날 라디오의 전파를 타고 흘러나오는 '하얀나비'를 듣는 순간 묘한 기분에 빠졌다. 아픔을 간직한 듯 하면서 행복했던 순간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런 리듬으로 들려준다는 것이 놀라웠다. 따라부르기도 쉬웠다. 어렵지 않은 멜로디가 사로잡았다.

그는 대중들에게 몇 안되는 곡으로 그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말은 그의 아내에게 "고생시켜서 미안해"라는 말이 전부였다.

그를 기리는 헌정음반이 나오고 그를 추모하는 곡들도 많이 나왔다. 그러나 그는 지금 우리들 곁에 없다. 남아 있는 것은 그가 남긴 가슴 저미는 노래와 시를 읊는 가사만이 존재한다.

그와함께 했던 가수 가운데 양희은씨는 이렇게 회상하고 있었다. 1974년으로 기억하는 양희은씨는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만드는 가수가 있다고 해서 어니언스의 임창제씨와 함께 만났다. 키가 작고 눈이 정말 컸는데, 노래를 듣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왜 남한테 곡을 주는걸까 생각했다. '이름 모를 소녀'는 김정호씨를 능가할 가수는 없었다고.

지금은 그의 이름이 소홀해졌지만 그의 노래는 아직도 대중들속에서 메아리가 되어 들려지고 있다. 생명이 경각에 있음에도 그는 노래에 열정을 담았다. 그래서 그의 노래에는 혼이 담겨 있다.

다음에는 하남석씨의 곡 가운데 하나인 '밤에 떠난 여인'을 다뤄보고자 한다.

이정민 기자  com4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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