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그렇게 천둥 번개 벼락이 간장을 울리며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퍼부어 댔다. 우르릉 꽝꽝 대며 천지를 진동시키는 소리에 놀란 강아지가 바들바들 떨며 오줌을 지렸다. 17일 오후 파란 하늘에 먹구름이 햇살을 가리며 흘러갔다. 언제그랬냐는 듯이 유유로이 바람따라 흘러가는 모습이 평화롭다.

▲ 시흥안산을 잇는 기찻길. 광명시 옥길동을 찾아 걷는 이 길이 낯설기만 하다.

80/90년대 꿈과 낭만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간이 기차역이 사라지는 가운데 옛 시흥안산 기찻길이 있는 광명시 옥길동 기찻길을 찾았다. 지금은 군 부대에서 물품을 나르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다닐 정도라고 주민이 알려줬다. 예전만큼 다니지 않으면서 한적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삼스레 걷는 이 길이 낯설기만 했다.

▲ 기찻길 선로위에 엎드려서 촬영한 선로 모습

카메라를 들고 나섰지만 선뜻 무엇을 담아야 할 지 몰라 망설였다. 선로 위를 왔다갔다하면서 눈에 들어오는 것을 생각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담았다. 조금후에는 어느덧 몸이 선로위에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 기찻길과 친구가 되어 춤을 추는 듯 한 강아지풀

선로 옆 가장자리에 강아지풀이 자라 있었다. 바람에 이리저리 몸을 맡기며 춤을 추고 있었다. 요리조리 움직이는 모습이 꼭 기찻길과 친구가 된 듯 했다.

선로를 따라 걷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눈으로 구별하기 쉽지 않은 잠자리가 발걸음에 화들짝 놀라 날갯짓을 하며 저만치 날아갔다.

▲ 당랑거철을 연상케 하는 모습의 여치. 선로 나무위에 앉아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저만치서 뭔가 폴짝하고 뛰어 올라 선로 나무위에 앉아 고고한 자태를 뽐냈다. 주인공은 여치였다. 마치 사마귀처럼 선로 한복판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 당랑거철을 떠오르게 했다.

▲ 선로 밑에 숨어서 지켜보는 풀무치. 카메라에 담긴 풀무치의 모습이 경직돼 있다.

조금씩 기찻길이 익숙해질 무렵 또 하나의 친구가 모습을 보이고 숨었다. 선로 밑에 숨어서 나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는 이 녀석은 풀무치였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게 된 풀무치가 반갑기만 했다. 카메라에 담긴 풀무치의 모습이 경직된 듯 하다.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나선 기찻길 산책에서 수확이 컸다. 여치와 풀무치를 담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운데서 느낄 수 있었다.

이정민 기자  com423@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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