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문화 현장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곳 하면 '대학로'라고 말한다. 대학로에 얽힌 추억과 낭만은 언제나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이곳 대학로가 2004년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그러나 문화지구로 지정된 격상에도 불구하고 대학로가 서서히 외면을 당하고 있다.

공연 예술이 연중 365일 생산되는 유일한 곳이 대학로다. 이곳 대학로에 '대학로문화발전위원회'(이사장 박웅)가 옛 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4대 이사장으로 뽑힌 박웅 이사장을 만나 6개월의 시간이 흘러간 얘기를 들었다.

▲ 대학로문화발전위원회 4대 이사장 박웅

답: 문화지구로 지정된 곳인데 공허하다. 솔직히 외롭다. 무관심한 상태라는 것을 느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자립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데, 뭐랄까 단지 보여지기 위해 지정됐다는 느낌을 떨치기가 힘들다.

문: 6개월 동안 돌아본 대학로 현황은?

답: 이기주의가 팽배해져 있다. 소극장 140여개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다. 아기자기함이 사라지고 시대흐름에 따른 도시화가 진행돼 냉랭함이 감돈다. 소박함을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연극을 빙자한 장르의 단체들이 유입되면서 기존 자리잡고 있던 단체들이 소외되고 있는 것 같다.

문: 문화지구 역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는가?

답: 그렇지는 않다. 대학로는 연극 공간이 밀집된 곳이다. 공연예술의 창작지역이라 할 수 있는데 정부의 보호육성이 강화돼야 한다. 그런데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기대에 못미치는 것은 만족도가 떨어지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환경 및 예술 협회 등 관련 단체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곳은 연극인들의 삶의 터전이다. 이 사실이 정말 중요하다. 연극 역사의 시작이 이뤄졌던 곳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껴야 문화지구로 지정된 것에 반하는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

▲ 대학로문화발전위원회 4대 이사장 박웅

답: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는 상인과 연극인들이 너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땅 값 상승이 큰 문제다. 현재 공연 대관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90%가 재임대 공연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해타산으로 저울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두번째는 문화지대의 독점적 위치를 갖고 있으면서 지역적인 다변화에 따른 방문객이 감소했다. 극장 증가에 따른 작품의 질이 떨어졌다는 말도 들리지만 그렇지는 않다. 단지 그렇게 보일 뿐이다. 질 좋은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문: 언제부터인가 대학로 환경이 변질됐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답: 현재 대학로를 방문하는 고객들이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특히 전철을 많이 이용하는데 출구로 나서는 순간 얼굴이 찡그러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호객 행위로 인한 질서가 파괴되면서 서로 공존할 수 있는 길이 퇴색되고 있는 것을 쉽게 목격할 것이다.

문: 대학로가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들이 궁금하다

답: 아까도 말했듯이 대학로에는 140개의 공연장이 있다. 이들이 모두 안으로 들어가 있다. 다시 말해 실내와 실외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예를들면 이화동 거리부터 혜화동 거리까지 문화의 광장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곳에는 차가 다니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문화행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곳이라는 것을 각인 시켜야 한다.

▲ 대학로문화발전위원회 4대 이사장 박웅

답: 한마디로 말해 중간자 역할이다. 현재 대학로는 주인이 없는 곳으로 보여지고 있다. 문화지구 지정에 따른 공연 관계자들과 상가(외식), 거주 주민들이 단합해 그들이 주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문화를 즐기는 활동자들이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각인 시키는 일이 역할이라고 본다.

박웅 이사장은 대학로의 장점을 "30년 자생적으로 결성된 지역"이라고 말한다. 그는 문화지구로 지정만 하고 방관자세로 보는 것에 대해 탐탁치 여기지 않았다. 문화지구 지정에 따른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정민 기자  com423@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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