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포화속으로' 포스터

지난 3일 집중된 관심속에 영화 '포화속으로'가 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한마디로 살아있는 감동을 찾아 볼 수 없는 졸작에 불과했다. 현장공개 및 미국 초청 상영회까지 해가며 호들갑을 떨었던 것에 비하면 실망을 금치 못하게 했다.

영화 '포화속으로'는 71명의 학도병의 이야기를 다뤘다고 했지만 빅뱅의 최승현과 권상우를 띄우기 위해 애쓴(?) 흔적만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2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을 빅뱅 최승현에게 할애하는 기막힌 연출을 보여준 것.

71명의 학도병에게 초점이 맞춰줘야 할 영화가 최승현과 권상우 단 2인에게만 집중됐다. 2인에게 초점이 맞춰지면서 69명의 학도병은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모든 초점은 2인에게 맞춰져 있어서 상영시간 내내 지루함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학도병을 통해 전쟁의 아픔을 조명해야 할 영화가 두 배우를 띄우는데 연연했다.

71명의 학도병들 속에서 굳이 권상우와 최승현 2명에게만 집중하면서 나머지 69명은 이렇다할 조명을 받지 못했다. 들러리에 불과했던 것.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담기에도 부족한 장면을 감독은 2명에게 거의 모든 것을 할애했다. 전쟁통에서 겪는 아픔과 절규하는 학도병의 모습을 담아내지 못했다. 학도병을 생각하면서 고뇌하는 김승우만이 전쟁의 아픔을 보여줬다.

시사회를 본 한 관람객은 "시종일관 밋밋한 전개에 짜증이 났다. 권상우의 연기를 보는 순간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는 것 같았다. 연기력을 검증받지 못한 최승현은 학도병에 어울리지 않았다"며 "전쟁을 치른 당시의 어린 학생들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람객은 "감동을 느낄 수 없네요. 좋은 소재를 가지고 한 쪽으로 치우치게 만들어 너무 지루했어요. 학도병들이 순간순간 겪는 두려움과 그들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감정이 있는데 그런 것을 볼 수 없었어요"라며 아쉬워했다.

2명이 아닌 69명을 포함한 71명이 화면을 수 놓았다면 어땠을까. 그들의 증언을 듣고 만든 영화가 그들을 하나하나 다루지 못했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국내에서는 80년대 방송된 드라마 '전우'가 있다. 당시 눈을 떼지 못하게 했던 것이 기억난다. 얼마전 한 케이블 방송에서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연속 특별 방영하고 있다. 전쟁의 아픔은 물론 사병들의 세세한 모습을 하나같이 담아내면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들 작품들에 비해 '포화속으로'는 형편없기 짝이 없다. 진정성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한편 '포화속으로'는 미국 초청 상영회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상영하는 한심한 작태까지 보였다. 사소한 실수로 넘기기에는 심각한 표현이었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다.

시사회 전 가진 무대 인사에서 이재한 감독은 "미국 스탠포드대학 공식 초청 상영회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것에 대해 잘못을 했다"고 머리숙여 사죄를 했다. 그러나 그의 태도는 불쾌한 감정을 심어줬다. 마음에서 우러난 진정성이 담긴 사과로 보기에는 지나가는 말투의 사과가 거슬렸다고 해야겠다.

이정민 기자  com423@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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