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2TV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합창단 지휘자 박칼린 교수(사진=KBS포토뱅크)

언제부터 바보상자라고 불리는 TV가 오랜만에 북받치는 감동을 선사하는 착한(?) 일을 했다. 26일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구성원들이 '남자의 자격 합창단'으로 경남거제합창대회에 참가해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우레와 같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긴장이 몸을 가누지 못하게 누르는 압박감을 고스란히 느끼며 이들은 20개 팀이 참가한 합창단 가운데 마지막으로 무대를 장식했다.

무엇보다도 '남자의 자격 합창단'은 앞서 부른 60세 이상으로 구성된 '한사랑 실버합창단'의 '그대 있는 곳까지'가 조용히 무대에 울려 퍼질때 왠지 모르게 솟구쳐 오르는 감정에 말없이 눈물을 훔쳤다. 이어진 동요 '과수원 길'을 들을때는 해맑은 웃음과 함께 박수를 치며 아낌없는 응원을 했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은 '넬라 판타지아'로 관객들을 놀라게 하고, 앙증맞은 율동과 익살스런 몸짓으로 구성된 어린이 만화 주제곡으로 관객을 웃음짓게 만들며 장려상을 수상했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이끈 박칼린 지휘자는 무대에서 내려오는 단원들을 하나하나 안아주며 '수고했다'며 격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 무대에서 내려온 모든 단원들에게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은 그동안 정들었던 정을 그대로 전달했다.

경남거제합창대회는 지난 3일 열려 이미 결과는 알려진 상태였지만 방송으로는 노출되지는 않았었다. 시청자들은 결과를 알면서도 '남자의 자격'팀이 출전한 합창대회를 보기위해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날 감동의 순간을 절정에 오르게 한 것은 '한사랑 실버합창단'이 선사한 아름다운 선율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가 바라보는 무대에 올라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화음은 듣는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면서 메마른 감정에 단비를 내리듯이 눈물을 주루룩 흐르게 했다.

특히 '한사랑 실버합창단'이 부른 '그대 있는 곳까지'의 가사는 절묘하게 이들과 맞아 떨어졌다. 눈을 감고 조용히 할아버지 한 분과 할머님들이 전달하는 화음에 가사를 음미해 보면 뭉클한 그 무엇이 자신도 모르게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이 노래는 1978년 대학가요제에서 6인조 중창단 쌍투스가 원곡 '에레스 뚜(Eres Tu)'를 번안해 불렀던 곡이다. 다음은 번안된 가사다.

영원히 사랑한다던 그 맹세, 잠깨어 보니 사라졌네/지난 밤 나를 부르던 그대 목소리, 아 모두 꿈이었나봐/
그대가 멀리 떠나버린 후, 이 마음 슬픔에 젖었네/언제나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 바람아 너는 알겠지/
바람아 이 마음을 전해다오, 불어라 내 님이 계신 곳까지/아 바람아 우, 그댈 잊지 못하는 이 마음 전해다오/
바람아 불어라 우, 내 님이 계신 곳까지/이 밤도 홀로 창가에 기대서, 수많은 별들 바라보면/
기약도 없는 그 님을 기다리며, 이밤을 지새우나봐/

위와같이 번안된 가사를 보면 사랑, 그리움, 기다림, 애절함, 외로움이 깃들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요소가 잔주름이 패여있는 '한사랑 실버합창단'이 선사하는 화음으로 관객과 합창대회 출연자 및 시청자들의 가슴에 전달된 것이다.

한편 '남자의 자격 합창단'은 두 달여 간의 방송을 통해 흥미위주의 가벼움을 벗어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 앞으로 예능 프로그램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정민 기자  com423@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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