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원 광명시장이 가학폐광산(광명동굴) 입구에서 열린 '광명평화의소녀상 건립 3주년 기념식'에서 무더위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한다며 "시원한 동굴 내부에서 하겠다"고 말해 원로회 고문으로부터 꾸중을 들었다. 배려의 말 한마디였지만 경솔하지 못한 행동으로 일제시대를 경험한 원로회 고문에게는 귀에 거슬리는 말이었던 것.

광명시가 지난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이해 광명 평화의 소녀상 건립 3주년 기념식을 가학폐광산(광명동굴) 입구에서 가졌다. 폭염이 수그러들지 않은 가운데 많은 관계자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내 평화의 소녀상은 외롭지 않았다.

이날 폭염은 박승원 광명시장을 말 실수를 가져오게 만들었다. 아니다. 배려가 있는 말이었지만 신중하지 못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늘막 텐트를 쳤지만 광명 평화의 소녀상 건립 3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찌는 무더위로 구슬땀을 줄줄 흘렸다. 박승원 시장이 축사를 하면서 "오늘 날씨가 정말 덥지요. 지난해는 비가와서 괜찮았는데 앞으로 이렇게 찌는 무더위에 힘드니까 동굴내 예술의전당에서 하면 좋겠지요"라고 말한 것. 함께 무더위에 힘들어하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응했다.

축사를 끝내고 자리에 앉아 행사가 끝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광명시 원로회 고문이 할 말이 있다면서 마이크를 잡았다. 원로회 고문은 "중요한 행사자리다. 보여주기 위한 행사를 할 것이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 숙연해야 할 자리인데 웃으면서 하는게 말이 되느냐"며 마음이 상한 것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어 그는 자신이 일제치하 세대임을 설명했다. 가슴아픈 내용을 설명하면서 "저기 있는 소녀상에게 부끄럽지 않느냐. 그 시절 겪어야 했던 온갖 고초와 설움을 안고 있는데 이깟 더위가 무슨 대수냐. 저 소녀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 정도의 더위도 참지 못하면서 시원한데 들어가서 기념식을 하자니 답답하다"며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원로회 고문의 훈계는 계속 이어졌다. 주위에서는 잔소리로 치부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어른으로서 당연한 가르침의 훈시였다. 형식적으로 행해지는 행사라는 것을 심어줘서는 안되는 행사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준 것이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이날의 경솔하지 못한 발언에 대해서는 머리 숙여 잘못을 빌어야 한다. 찌는 더위에 힘들어하는 타인을 위하면서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고 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원로의 귀에는 이러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화가 났던 것이다.

광명 평화의 소녀상 건립 3주년 기념식에서 원로회 고문은 보여주기가 아닌 진정성을 담아서 해야 하는 것을 알렸다. 아이들에게도 당시의 아픔을 가슴에 담고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춰 행사를 했다는 결과만 보여주는 행위를 삼가해야 할 것이다.

한편 행사가 끝난 후 너도나도 박승원 시장과 기념사진을 촬영해야 한다며 부산을 떠는 모습은 꼴불견이었다.

이정민 기자  com4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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