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에서 DJ.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가 흘러 나온다. 전화를 받으라는 것이다. 졸린 목소리로 '여보세요' 말하자 저너머에서 "목소리가 왜 그래, 어디 아퍼"하며 걱정스럽게 물어온다. 농부가수 김백근 형님이다. 법이 필요없는 천상 농부다.

▲ 벼 수확을 하고 있는 농부가수 김백근

올해 3월로 기억한다. 광명시에 농부가수 김백근씨가 있는데 노래를 잘한다는 것이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낯설기만 했다. 시민회관에서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지인을 통해 인사를 하고 일명 똑딱이 카메라로 모습을 담고 객석으로 올라갔다.

스치며 지나가듯이 만난 이 만남이 인연이 됐다. 이후 얼굴을 볼 기회가 없어 기억속에서 잊혀지는 듯이 시간이 흐른 가운데 7월 중순경 후배가 운영하는 호프 집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이날 이후로 형님 동생하면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 너구리, 걸음아 나 살려~

농부가수 김백근은 만나면 시간이 물 흐르듯이 지나가 버리는 마법의 말 솜씨를 지니고 있다.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는 묘한 마법으로 귀를 쫑긋하고 집중하게 만든다.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길게 머리를 땋아 내린 그가 들려주는 자연의 속삭임은 막막하고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그는 "자연을 거부하면 큰 재앙으로 돌아와. 사람들은 그것을 몰라. 내가 조금 욕심을 부리면 그만큼 돌려 주더라고. 그래서 말인데 보금자리가 지금 문제잖아. 자연이 화를 낼 것 같아"라며 걱정스러워 했다.

▲ 농부가수 김백근씨 집 주변에서 목격된 두꺼비

형은 종종 전화를 해 "정민아, 맹꽁이가 운다. 와서 카메라에 담아야지. 두꺼비도 있어. 운 좋으면 담을 수 있을 거다"라고 말한다. 얼마전에는 벼를 수확하면서 전화가 왔다. 잘하면 너구리를 촬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상은 적중했다. 세 마리의 너구리를 담을 수 있었다.

지면 편집을 하고 있는 23일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정민아, 하늘에 매가 원을 그리며 날고 있다. 장비 챙겨서 와야지. 이거 놓쳐서 어떡하니. 어, 남쪽으로 날아간다"하며 홀로 보는 것을 아쉬워 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리지 않으려 하는 그에게만 보여지는 선물인 것 같다.

▲ 농부가수 김백근씨 집 주변에서 목격된 맹꽁이

이런 그를 알게된 것이 나에게는 큰 복이다. 자연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메신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도시의 각박함을 잊게 해 주고 따스한 정을 나눠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를 알게 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알 수 없는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고 말한다.

이정민 기자  com423@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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