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시는 어머니, 동생 그리고 중국에 있는 나의 아이들에게

보고싶은 어머니. 사랑하는 동생.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요. 그동안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는 건지요? 어머니! 불효막심한 이 딸 용서해 주세요!

존경하는 나의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아 너무 보고 싶구나. 오래간만에 펜을 들어 이렇게 글쓰는 저의 맘. 도저히 뭐라고 표현 못할 만큼 가슴속에 무엇인가 울컥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당시에는 잘먹고 잘사는 것이 생의 전부이고 행복인줄 알았어요.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절대 모를 고통들이 많았었죠.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느끼는 슬픔도 있지만 신분증이 없는 탓에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숨어 살아야만 했어요. 죄지은 것 없이 경찰차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쿵쿵 뛰고 조여들던 저였습니다. 그러던 중 정말 큰 맘 먹고 남한행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사랑하는 자식들 곁을 떠나야만 하고 엄마 없이 사랑 못 받을 자식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아프고 이제야 어머니의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어머니 얼마나 가슴 아프셨나요? 너무나 뵙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도 너무 보고 싶구나. 엄마가 많이 미안해. 어머니 그래도 이제 용기내서 살아보려고 합니다. 남한사회는 제가 생각하고 배워왔던 것처럼 나쁜 곳이 아니었어요. 아프면 아플세라 힘들면 힘들세라 도와주고 이끌어 주며 어떻게 하나 도와주고 이끌어 주며,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떳떳하게 성장시켜 주시려는 정부 그리고 많은 사람들, 너무나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은 제도 좋은 혜택 속에서 다시 인생을 시작하리라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었어요. 물론 또다른 사회를 접하며 적응하는데 시간 걸리고 힘들긴 해도 저에겐 정부와 선생님들 수많은 좋은 분들의 사랑이 있으니 어떻게 하나 꼭 이겨내 정착 잘 할 거에요. 이제 여기서 다시 태어났고 또 다시 새 인생을 개척하려고 합니다.

끝으로 어머니 철 없을 적 어머니 속맘 다 몰라주고 저에게 상처주고 앞길 망쳤다고 생각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북한 그 험한 땅에서 홀몸으로 자식 둘씩이나 키워주시고 대학 뒷바라지까지 해주신다는 것은 정말 쉬운일이 아니에요.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저도 자식을 중국땅에 두고 자식과 떨어져 자식 생각에 미칠것만 같고 아이들 보고 싶어 흘린 눈물, 최책의 눈물이 흐릅니다.

어머니도 절 잃고 같은 아픔 겪으셨겠지요? 불효 막심한 절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사랑하는 내 동생아 미안해 사랑해 주지 못해서. 맘 같아선 어머니도 동생도 자식들도 당장이라도 데려오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 현실이 한탄스럽습니다.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서 우리 다시 만나 얼싸 안고 눈물속에 울고 웃을 그날 기다리며 힘과 용기내어 열심히 살아갈거에요! 제 걱정 마세요 저를 이끌어 주는 수많은 좋은 사람들이 있고 날 지켜주는 법이 있으니 맘놓고 살고 있어요.

우리모두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모두 몸 건강히 지내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