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에는 500년 수령의 은행나무를 비롯, 5종 10그루가 경기도 고시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 은행나무는 광명시목이기도 하다.

14일 수령 500년으로 추정되는 원광명 마을의 은행나무를 찾았다. 500년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허술한 관리에 할 말을 잊었다.

산 밑자락에 위치한 은행나무는 마을 구석진 곳에서 새로 들어서는 집들과 공장 건물로 가려져 마을 입구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또한 은행나무 입구로 통하는 길이 어디인지 제대로 찾기 힘들었다.

▲ 보호수 지정 안내판

보호수로 지정된 설명과 마을과 함께 동고동락한 배경, 마을에서 갖는 은행나무의 상징성, 500년의 역사를 가진 은행나무의 특성, 보호수 관리 방법 등을 알리는 설명이 없는 애물단지(?) 대우를 받고 있는 것.

마을주민들은 이 은행나무에 대해 많은 애착을 갖고 있다. 광명시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보호수가 아닌 광명시에서 지정하는 기념물로서의 값어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광명시 공원녹지과와 문화체육과 관계자들은 "천연기념물은 국가에서 지정하는 것"이라며 자신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500년의 수령을 갖고 있는 은행나무를 역사성이 없는데 기념물로 지정하기 힘들다면서 보호수로 지정돼 있는 나무를 굳이 기념물로 지정할 필요성이 있냐는 태도였다.

또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천연기념물 정도의 값어치가 있는 은행나무는 정2품 소나무와 용문사 은행나무 정도"라며 "마을에 있는 은행나무는 특별한 특징이 없는 것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문화재로 등록하는 것은 우리과 담당이 아니다. 문화체육과에서 하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부서 소관이 아닌 점을 강조했다.

▲ 수령 500년의 역사를 갖고 보호수로 지정됐지만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원광명마을의 은행나무.

시민들의 이같은 말은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를 취재하면서 드러났다.

현재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들은 모두 공원녹지과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보호수 나무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관계자들이다. 이들은 원광명 마을 은행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돼 있어서 일반인이 훼손시 법적인 규제를 받는다고 했다.

그러나 법적인 규제를 받는다는 내용은 현장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또한 보호수로서의 관리를 받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보호수 지정에 따른 접근금지 및 법적 규제 안내 표지판이 없는 반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벤치가 설치돼 있었다.

이에대해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법적 규제 안내 표지판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훼손시 처벌 받는 것)시민들이 알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답변에서 이들이 얼마나 철밥통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지 확인 할 수 있었다. 왜 시민들이 광명시 공무원들에 대해 불신을 하고 있는지 역력히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광명시 공무원들은 시민들이 지적한대로 50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있는 것을 뿌듯하게 여기지 못할 뿐 아니라 상징성을 부여하는 관련 자료조차 찾지 않으려는 행정관료주의의 태도에 사로잡혀 귀찮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채워주기는 커녕 문화적 혜택을 누릴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광명시를 알리는 것은 시 관계자들이 해야 할 몫이다. 시민들은 광명시를 알릴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것이 바로 문화적인 요소다.

지난번 지적한 가학동 지석묘 관리상태의 허술한 점과 마찬가지로 이번 500년 수령 은행나무의 역사적 값어치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중요성은 철밥통 사고방식을 가진 관계자들은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기념물로 만들려고 하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귀찮으니까.

이정민 기자  com423@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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