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음 위를 날으는 것 같은 느낌이 피겨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혜승이

은반 위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아이스쇼를 보면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미끄러지듯이 얼음을 지치며 활주하는 모습은 피겨스케이팅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우리나라는 피겨스케이팅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이 불모지에 단비가 내리고 꽃이 활짝 피었다. 김연아라는 걸출한 세계적인 선수가 탄생한 것이다. 김연아의 뒤를 쫓으려는 꿈나무들이 아이스링크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꿈을 키우고 있다.

 

▲ 스케이트를 신고 있는 혜승이

빙상 위에서 꿈을 꾸는 피겨 꿈나무 혜승이(수리고1)를 만난 것은 우연에 가깝다. 미용실에 붙어 있는 모습을 본 것이 인연이 됐나 보다. 혜승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스케이팅을 늦게 시작해 기술이 많이 부족하다.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해 혜승이는 거의 아이스링크에서 살다시피 한다. 힘들고 지칠때도 있지만 스케이트를 신고 아이스링크에 들어가면 그렇게 편할 수 없단다. 물 만난 고기라는 표현이 딱 맞을 듯 하다. 짧은 시간에 급수도 올라갔다.

 

▲ 점프 후 착지 연습을 하고 있는 혜승이

혜승이가 피겨스케이팅에 흠뻑 빠지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이었다. 집에서 뒹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까워 엄마와 함께 아이스링크장을 찾아 기초만 배우는 2주 특강을 신청했다. 배우면서 넘어졌지만 재미가 있었다. 스케이트장에서 아주 살았다.

 

혜승이 엄마 정인숙씨는 "설마 했지요. 기초 정도만 배우게 하려고 실내링크에 데려갔는데 이정도로 빠져들 줄은 몰랐어요"라며 "이렇게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하는데 뒷바라지를 해야하지 않겠어요"하고 웃음 지었다.

 

▲ 점프 연습을 하면서 엉덩방아를 찧은 혜승이.

혜승이가 피겨스케이팅을 배우면서 다짐하는 것이 있다. 거대한 꿈도 아니다. 지금 자신을 가르치고 있는 지현정 코치처럼 카리스마가 넘치는 코치가 돼 방수자 코치처럼 할머니가 되서도 스케이트를 타겠다는 것이다.

 

혜승이는 "얼음 위를 날아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피겨스케이팅의 매력이라며, "힘드신데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 시켜 주셔서 고마워요.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할게요"라고 엄마 아빠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연습할 때 점프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 스핀의 경우 연습을 충분히 하면 할 수 있지만 점프는 솔직히 어렵기도 하지만 무서워서 잘 안된단다. 뛰는 높이에 따라 점프의 길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란다.

 

▲ 연습 도중 카메라를 보고 밝은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는 혜승이

고양에서 연습하는 동안 혜승이는 점프를 시도하면서 엉덩방아를 찧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는 또 다시 낮게 뛰면서 점프를 연습했다. 착지도 우아하게 하면서 서서히 연습에 몰입해 갔다.

 

현재 혜승이를 지도하는 지현정 코치는 "혜승이를 만난지 2년 정도 됐다. 늦게 시작했지만 적응력이 아주 빠르다. 특히 장점중에 장점인데 집중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긍정적이라는 것이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고쳐야 할 점도 얘기를 해줬다. 배운지 얼마 안돼서 부족한 점이 많이 있는데 급하게 배우려고 한다는 것이다. 피겨스케이팅은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혜승이는 연기를 할 때 음악에 쫓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 집중력과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은 지현정 코치와 혜승이

지현정 코치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혜승이 엄마는 말한다. 혜승이에게 베풀어주는 공을 어떻게 갚아야 할 지 모른다고 한다. 혜승이가 포기하지 않는 한 혜승이 엄마는 혜승이의 뒷바라지 할 것이라고 한다.

 

혜승이를 만난 시간이 오후 5시였다. 피겨스케이팅에 매료돼 고양 어울림누리와 태릉 아이스링크에서 모든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이때 목동아이스링크에서는 볼쇼이아이스쇼가 한창 열리고 있어 고양시와 태릉으로 이동하면서 연습을 해야만 했다.

기사를 쓰면서 혜승이 어머니와 잠시 통화를 했다. "혜승이 지금 방방 날아요. 얼음판에서 아주 신났어요"라며 혜승이가 얼마전 "나는 장혜승이에요. 피겨스케이팅을 좋아하는 사람이고요. 그렇지만 제2의 누구라고 불리고 싶지는 않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사진=아이컬쳐뉴스

이정민 기자  com423@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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